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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창업’에서 ‘산업 전환’으로… 커지는 기후테크 존재감

작성일 : 2026.03.27 19:36 작성자 : 안홍섭 기자 (humantist@hanafos.com)

 

 

기후위기 대응 기술이 더 이상 일부 친환경 스타트업의 틈새 아이템으로만 취급되기 어려워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에너지 투자 규모는 3조3천억달러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2조2천억달러가 재생에너지·원전·전력망·저장장치·저배출 연료·전기화·효율화 등 청정에너지 분야로 향했다. 화석연료 투자 1조1천억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IEA는 또 2025년에 320개가 넘는 신규 에너지 스타트업이 첫 외부 자금을 유치했다고 분석했다. 기후 대응 기술이 환경 의제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자본과 기술이 몰리는 산업 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정책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월 4일 ‘기후테크 혁신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며 기후테크를 청정에너지, 탄소저감, 자원순환, 푸드, 기후관측·적응의 5대 분야로 나눠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얼라이언스를 단순한 간담회가 아니라, 투자 확대와 실증 클러스터 조성, 제도 개선과 규제 혁신까지 연결하는 상시 협의 채널로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도 당시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탄소중립과 미래 산업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자금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월 23일 정부와 민간 자금을 합쳐 810억원 규모의 ‘2026년 미래환경산업투자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펀드는 녹색신생기업 190억원, 사업화 220억원, 성장확대 400억원으로 나뉘어 운용되며, 올해부터는 기후테크가 주목적 투자대상에 새로 포함됐다. 정부에 따르면 이 펀드는 2017년 이후 2025년까지 5,108억원 규모로 18개 펀드를 조성했고, 161개 기업에 3,015억원을 투자했다. 창업 초기 지원을 넘어 사업화와 스케일업까지 단계별로 묶어 지원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실제 사례도 나오고 있다. 폐기물 관리 플랫폼 기업 리코는 이 펀드를 통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110억원의 단계별 투자를 받은 뒤, 2025년 이케아 그룹 계열사 등을 포함한 투자자로부터 585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태양광 발전소 운영관리 기업 커널로그는 2026년 2월 기준 전국 402개 발전소를 관리하고 있고, 일본과 베트남에도 진출했다. 기후테크가 “좋은 취지의 기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폐기물 관리, 에너지 운영, 해외 진출까지 연결되는 산업 모델로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수소, 탄소포집·활용(CCU), AI 기반 기후예측 기술 등에 862억원을 투입한 것도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산업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도 분명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국내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2015~2024년 기준 전체 스타트업 수와 투자 규모에서 각각 약 5% 수준에 그치고, 전체 투자액의 70% 이상이 시리즈A 이하 초기 단계에 몰려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지원이 성장을 이끌어온 반면, VC와 CVC의 참여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고, 실증과 스케일업 단계로 갈수록 자금과 네트워크 공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후테크를 산업으로 키우려면 보조금 확대만이 아니라 장기 정책의 일관성, 실증 인프라, 민간 자금 유입, 해외 시장 연결이 함께 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결국 기후위기는 더 이상 ‘어떤 창업 아이템이 뜰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2035년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줄이겠다는 새 감축 목표를 확정한 것도, 앞으로 기후 대응 기술 수요가 정책·산업·금융 전반에서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창업 현장에서 기후테크는 선택형 유행이 아니라, 에너지·제조·소재·데이터 산업을 다시 짜는 기준선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제 질문은 “기후테크를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산업화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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