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4.06 06:12 작성자 : 편집부 (humantist@hanafos.com)

가게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계산하는 비용은 대개 임대료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제 수익을 갉아먹는 것은 월세 한 줄만이 아니다. 최근 소상공인 실태조사에서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경영애로는 경쟁심화 61.0%, 원재료비 49.6%, 상권쇠퇴 33.5%, 보증금·월세 28.6%, 최저임금 17.5% 순으로 나타났다. 월세도 아프지만, 매달 조용히 빠져나가는 다른 고정비들이 더 큰 압박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대표적인 숨은 고정비는 인건비의 ‘바깥’에 붙는 비용이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 월 환산액은 215만6880원이다. 그런데 사업주는 급여만 지급하고 끝나지 않는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9.5% 중 절반인 4.75%, 건강보험료율 7.19% 중 절반인 3.595%, 장기요양보험 사업주 부담 약 0.4724%, 고용보험은 실업급여 0.9%에 더해 150인 미만 기업 기준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부담 0.25%를 추가로 부담한다. 이를 최저임금 월급에 단순 적용하면 사업주가 추가로 부담하는 사회보험 성격 비용만 약 21만5천 원 수준이다. 월급 215만6880원이 실제로는 237만 원 안팎의 인건비로 느껴지는 구조라는 얘기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는 대개 사용량 요금만 떠올리지만, 한국전력 일반용 전력(갑)Ⅰ 저압 요금표에는 계약전력 기준 기본요금이 별도로 붙는다. 현재 일반용 전력(갑)Ⅰ 저압전력 기본요금은 ㎾당 5990원이다. 계약전력을 20㎾만 잡아도 월 기본요금이 11만9800원이다. 여기에 사용량 요금, 부가가치세, 전력산업기반기금, 그리고 연료비 조정단가가 더해진다. 냉장·냉동기기와 오븐, 반죽기, 조명, 공조를 함께 쓰는 업종일수록 이 비용은 ‘조용한 고정비’가 된다.
여기에 최근에는 에너지 불안까지 겹쳤다.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 전망이 급등하면서, 로이터 집계 기준 2026년 브렌트유 평균 전망치는 한 달 전보다 거의 30% 상향 조정됐다. 실제로 브렌트유는 3월 한 달에만 59% 급등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국 전기요금은 2026년 2분기 들어 연료비 조정단가가 ㎾h당 +5원으로 유지되며 당장 추가 인상은 피했지만, 구조적으로는 국제 연료비 변동이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체계다. 즉 지금은 동결이더라도, 원유·가스 가격 급등이 길어질 경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에너지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결제수수료도 무시하기 어렵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기준 영세·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은 연매출 3억원 이하 신용카드 0.40%, 3억~5억원 1.00%, 5억~10억원 1.15%, 10억~30억원 1.45%다. 겉으로는 낮아 보여도 카드매출 비중이 큰 매장에서는 체감이 다르다. 예를 들어 연매출 10억~30억원 구간 가맹점이 월 카드매출 5000만원을 올리면 신용카드 수수료만 약 72만5000원이다. 매출이 늘수록 같이 커지는 비용이지만, 점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지출에 가깝다.
최근에는 디지털 비용도 새 고정비로 자리 잡고 있다. 소상공인 실태조사에서 디지털·스마트 기술을 활용하는 소상공인은 27.2%였고, 활용 유형은 온라인 판로 49.0%, 매장관리 34.4%, 경영관리 소프트웨어 19.6%, 스마트 주문·결제 15.2% 순이었다. POS, 매장관리 프로그램, 예약·주문 시스템, 구독형 소프트웨어는 각각 큰돈처럼 보이지 않아도 매달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임대료만큼 줄이기 어려운 비용이 된다. 한 번 도입한 뒤 운영이 시스템에 묶이면 더 그렇다.
배달·포장 플랫폼을 쓰는 매장은 또 다른 비용을 안는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서 입점업체들이 생각하는 적정 중개수수료는 평균 4.5%, 적정 배달비 최대 금액은 평균 2300원이었다. 실제 부담이 그보다 높다고 느끼는 응답이 많았다는 뜻이다. 포장 주문도 예외가 아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까지 무료였던 포장 주문 중개이용료를 올해 4월부터 6.8%로 정상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배달이든 포장이든 플랫폼을 붙이는 순간, 점주는 월세 외의 또 다른 ‘디지털 임대료’를 떠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비용들이 하나하나 볼 때는 작아 보인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외 보험료 몇 만원, 전기 기본요금 몇 만원, 카드수수료 몇십만원, 프로그램 구독료 몇 만원, 플랫폼 수수료 몇 퍼센트가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덜 아프다. 하지만 이를 합치면 월세 못지않은 고정비 묶음이 된다. 그래서 매출이 늘어도 체감 수익은 기대만큼 늘지 않고, 사장들은 “분명 바쁜데 왜 남는 게 적지”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
이제 자영업의 비용 관리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임대료 협상만으로는 부족하다. 채용 한 명당 실제 총인건비가 얼마인지, 계약전력을 얼마로 잡아야 하는지, 카드·플랫폼 매출 비중이 어느 선을 넘으면 수익성이 꺾이는지, 구독형 솔루션이 실제 인건비 절감으로 연결되는지까지 같이 봐야 한다. 보이는 비용은 월세지만, 가게를 진짜 아프게 하는 것은 매달 자동이체처럼 빠져나가는 숨은 고정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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