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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많이 창업’이 아니다… 살아남는 창업의 조건

작성일 : 2026.04.10 19:38 작성자 : 안홍섭 기자 (humantist@hanafos.com)

 

창업을 둘러싼 분위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2026년 창업지원사업에 총 3조4645억 원을 배정했고, 지원기관은 111개, 사업 수는 508개로 늘었다. 전년보다 예산은 1705억 원(5.2%), 사업 수는 79개 증가했다. 자금만 보면 다시 ‘창업의 시간’이 온 듯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이제 시장이 묻는 질문은 “몇 개가 새로 생겼나”가 아니라 “몇 개가 끝까지 버틸 수 있나”에 가깝다.

실제 정부의 지원 방향도 단순한 양적 확대보다 생존 가능성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6년 전체 창업지원 예산 가운데 융자·보증이 1조4245억 원(41.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기술개발 8648억 원(25.0%), 사업화 8151억 원(23.5%)이 뒤를 이었다. ‘창업을 많이 하게 만드는 것’보다 자금 조달, 기술 검증, 사업화 구조를 강화하는 데 무게가 실린 셈이다. 정부가 3월 말 별도로 편성한 중기부 추경예산 1조9374억 원에서도 ‘청년 일자리 지원을 위한 창업 촉진’과 함께 재도전, 로컬창업, 딥테크 확장에 예산을 추가로 붙인 점은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겉으로 보기엔 창업 시장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창업기업실태조사(2025년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창업기업은 490.2만 개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고,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창업이 늘었다. 하지만 이 숫자만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 같은 조사에서 창업기업의 평균 종사자 수는 1.7명, 평균 매출액은 2.3억 원 수준이었다. 창업기업 수는 많아졌지만, 대부분이 소규모 구조 안에서 버티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숫자상 확대와 체감 성장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현장 전문가들은 지금의 창업 환경을 “기회 확대”보다 “기준 상향”으로 해석한다. 예전에는 아이템과 실행력만으로도 초기 진입이 가능했다면, 지금은 창업 초기부터 수익모델, 운영 구조, 자금 지속성, 인력 운영, 시장 확장성까지 한꺼번에 검증받는다. 정부 지원사업이 늘었다고 해서 시장 진입이 쉬워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준비된 팀만 살아남는 구조”가 더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정부가 창업 인재 육성 플랫폼인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 1550억 원, 딥테크 창업중심대학 확대에 240억 원, 로컬 창업 지원에 603억 원을 추가 편성한 것도 단순 개수보다 ‘질적 생존력’을 키우겠다는 신호다.

창업 실패의 원인도 이제는 아이템 부족보다 구조 부재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좋은 아이템만 있으면 된다”는 인식이 남아 있지만, 실제로는 창업 이후 1~2년 사이에 무너지는 이유가 훨씬 복합적이다. 고정비 부담, 운영 미숙, 인력 의존, 낮은 재현성, 판로 부재, 자금 소진 속도 같은 요소들이 동시에 작동한다. 그래서 창업의 핵심은 ‘무엇을 시작하느냐’보다 ‘어떤 구조로 버틸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중기부가 추경예산에서 희망리턴패키지 예산을 246억 원 추가 편성하며 폐업과 재도전을 함께 지원하기로 한 것도, 생존과 퇴출, 재도전이 한 세트로 관리돼야 한다는 정책 판단을 반영한다.

특히 소상공인·생활밀착형 업종에서는 이 변화가 더 분명하다. 매출이 생겨도 인건비, 플랫폼 수수료, 전기요금, 임차료, 구독형 솔루션 비용이 동시에 따라붙는 구조에서는 “창업했다”와 “생존하고 있다” 사이의 거리가 멀다.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이후 반복 가능한 운영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면 정부 지원은 시작점일 뿐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결국 살아남는 창업은 화려한 출발보다 고정비 통제, 수익모델의 선명함, 인력 의존도 축소, 재현 가능한 품질과 운영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온다.

창업 시장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쟁은 예전과 다르다. 이제는 ‘많이 창업하는 사람’보다 ‘끝까지 남는 사람’이 더 중요한 시대다. 정부 예산이 늘고 사업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질문은 더 단순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창업 아이디어가 아니라, 살아남을 구조를 설계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창업의 승부는 시작선이 아니라 유지선에서 갈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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