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4.17 13:57 작성자 : 안홍섭 기자 (humantist@hanafos.com)

서울=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자영업 현장의 체감경기는 다시 얼어붙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 발표한 3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에서 소상공인 체감 BSI는 57.0, 전통시장 체감 BSI는 43.9로 나타났다.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도 올해 소상공인 핵심 이슈로 금리 부담 완화, 내수 회복, 지역상권 활성화, 디지털 기반 상권혁신을 꼽았다.
다만 침체가 곧 기회의 소멸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권이 약해질수록 공실은 늘고 임대료는 조정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임대가격지수 변동률은 -0.02%였고, 연간 기준으로도 중대형·소규모·집합상가 임대료가 모두 하락했다. 같은 조사 결과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서는 상가 공실도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금 여력과 운영 전략이 있는 사업자에게는 임대료 협상력과 입지 선점 여지가 커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불황기일수록 상권 간 차이는 더 선명해진다. 지난해 3분기 서울 7대 가두상권 평균 공실률은 14.3%였지만, 성수는 4.2%, 한남·이태원은 7.6%에 그친 반면 가로수길은 45.2%를 기록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수요가 몰리는 곳과 외면받는 곳이 극명하게 갈렸다는 의미다. 문을 닫는 가게가 늘어날수록 “어디에 들어가느냐”보다 “어떤 콘셉트와 운영 구조로 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창업 흐름도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창업기업 수는 113만5,561개였고, 하반기 창업은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로 돌아섰다. 기술기반창업은 22만1,063개로 2.9% 늘어 전체 창업의 19.5%를 차지했다. 정부도 올해 소상공인 예산을 역대 최대인 5.4조원으로 편성하고, AI·디지털 전환과 성장단계별 맞춤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시장이 위축되는 국면에서도 경쟁력 있는 분야와 준비된 사업자 쪽으로 자금과 정책 지원이 재배치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구조 재편기로 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자영업 지원이 단순한 현상 유지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채무 조정과 전직 교육, 재취업 기회 제공 등 구조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다. 결국 문 닫는 가게가 늘어난다는 사실만 보면 위기이지만,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경쟁력이 약한 점포가 빠지고 비용 구조가 조정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불황기의 기회는 낙관에서 나오지 않는다. 낮아진 진입 비용, 재편되는 상권, 그리고 더 선명해진 소비 선택을 읽는 사업자에게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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