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례

Home > 법률판례

정부자금과 민간투자를 동시에 받을 때 주의할 점

작성일 : 2026.04.01 18:53 작성자 : 안홍섭 기자 (humantist@hanafos.com)

 

창업 현장에서 정부자금과 민간투자를 함께 활용하는 방식은 이제 낯설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와 지자체가 집행하는 창업지원사업은 111개 기관, 508개 사업, 총 3조4645억원 규모다. 한편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도 13조6244억원으로 전년보다 14.1% 증가했다. 창업 7년 이내 기업에 들어간 투자만 6조2088억원,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 투자도 2조2666억원이었다. 정부자금과 민간자금을 함께 쓰는 조합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제도도 이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올해 491억2500만원 규모로 300명 내외를 지원하고, 사업화자금은 최대 8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초기창업패키지558억5200만원, 614개사 내외를 대상으로 운영되며, 이 가운데 68개사는 투자연계형이다. 즉 정부도 창업기업이 사업화 자금과 투자유치를 병행하는 현실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문제는 “자금을 두 군데서 받는다”와 “같은 비용을 두 번 인정받는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다. 최근 공고문과 세부기준을 보면, 일부 사업은 같은 연도 창업사업화 지원사업과의 중복 수행을 제한하고, 다른 사업은 동일 아이템·동일 지원내용의 중복수혜를 지원 불가로 본다. 실제로 일부 공고에는 타 사업과 중복 선정 시 동시 수행 불가, 위반 시 참여제한이나 정부지원금 환수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창업자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돈을 받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같은 항목을 어떤 자금으로 집행할 수 있느냐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용처 분리가 핵심이 된다. 정부지원금은 보통 시제품 제작, 마케팅, 지식재산권 출원·등록처럼 집행 항목이 비교적 명확하다. 반면 민간투자는 기업 운영 전반의 성장자금 성격이 강하다. 문제는 대표들이 이를 한 통장, 한 회계처리로 섞어 쓰다가 정산 단계에서 발목이 잡히는 경우다. 정부자금은 정부자금대로, 투자금은 투자금대로 예산 항목·증빙·집행시점을 분리하지 않으면 지원사업 평가와 투자자 신뢰를 동시에 해칠 수 있다.

순서도 중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다. 중기부는 팁스를 민간 투자사가 먼저 투자하고 추천한 기술기업에 정부가 R&D 출연금을 연계 지원하는 민간주도형 기술혁신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중기부에 따르면 팁스는 2013년 이후 5000여 개 혁신기업에 21조3000억원의 민간투자를 유인했다. 더 나아가 스케일업 팁스는 운영사로부터 10억원 이상 선투자를 받아야 정부가 최대 12억원의 R&D 자금을 지원하고, 이후 마일스톤 달성과 후속투자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20억원의 지분투자까지 연계한다. 투자계약 조건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지원사업 자격을 맞추기 위한 투자”부터 서두르면, 당장의 자금 확보보다 더 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분 구조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배경 자체가,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창업주 지분이 희석되는 문제를 제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자금과 민간투자를 함께 받는 창업자는 지원금 선정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후속 투자까지 감안한 지분율, 의결권 구조, 경영권 유지 가능성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지원사업은 회사의 성장을 돕지만, 투자계약은 회사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자금과 민간투자를 동시에 받는 전략은 “공짜 돈”과 “시장 돈”을 함께 확보하는 기술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규정이 다른 두 종류의 자금을 동시에 관리하는 능력의 문제다. 정부자금은 성장을 돕는 안전판이 될 수 있고, 민간투자는 회사를 키우는 가속페달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두 자금의 목적과 조건을 섞어버리면, 안전판도 가속페달도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 창업자가 지금 점검해야 할 것은 자금 조달 속도보다, 그 자금을 어떤 구조로 받고 어떤 규칙으로 쓸 것인지다. 

[저작권자ⓒ 아파트인증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